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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고 살찌고 머리카락까지 빠진다면? 갑상선이 보내는 신호

목 앞쪽에 자리 잡은 나비 모양의 작은 기관 하나가 있습니다.

평소에는 어디에 있는지조차 의식하지 못하지만 이 기관의 기능이 조금만 달라져도 피로, 체중 변화, 심장 두근거림, 추위나 더위에 대한 민감함, 피부와 머리카락의 변화, 생리 변화​처럼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증상들이 한꺼번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바로 갑상선(Thyroid gland)​입니다.

그래서 갑상선 질환은 때때로 발견하기가 어렵습니다.

“요즘 왜 이렇게 피곤하지?”
“살이 갑자기 찌는데 나이 때문인가?”
“심장이 자꾸 두근거리는데 스트레스 때문인가?”
“머리카락이 왜 이렇게 많이 빠지지?”

이렇게 심각하지 않게 다른 문제로 생각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늘은 단순히 갑상선 질환의 종류를 나열하는 대신 갑상선이라는 작은 기관이 어떻게 우리 몸 전체에 영향을 주는지부터 알아보겠습니다.

갑상선은 어디에서 무엇을 할까?

갑상선은 목 앞쪽, 후두 아래에서 기관을 감싸듯 자리 잡고 있습니다.

좌우 두 개의 엽이 가운데 조직으로 연결되어 있어 흔히 나비가 날개를 펼친 것 같은 모양이라고 표현합니다.

크기는 작지만 역할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갑상선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은 혈액을 타고 온몸으로 이동하면서 우리 몸의 에너지 사용과 여러 장기의 기능에 영향을 줍니다.

갑상선은 몸속에서 직접 모든 일을 처리하는 기관이라기보다 여러 조직이 어느 정도의 속도로 에너지를 사용하고 기능할지를 조절하는 시스템의 한 축에 가깝습니다.

갑상선 호르몬 T3와 T4는 무엇일까?

갑상선 이야기를 찾아보면 반드시 등장하는 이름이 있습니다.

T4와 T3입니다.

T4는 티록신(thyroxine), T3는 트리요오드티로닌(triiodothyronine)이라고 합니다.

갑상선에서는 주로 T4가 분비되고, T4의 일부는 간이나 신장 등 여러 조직에서 보다 생물학적 활성이 높은 T3로 전환됩니다.

갑상선 호르몬은 단순히 “많으면 좋고 적으면 나쁜 영양소” 같은 개념이 아닙니다.

적절한 범위 안에서 정교하게 조절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너무 부족하면 몸의 여러 기능이 느려지는 방향으로 문제가 나타날 수 있고, 지나치게 많으면 반대로 몸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방향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갑상선은 혼자 움직이지 않는다

갑상선을 이해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갑상선은 자기 마음대로 호르몬을 만들어내는 기관이 아닙니다.

뇌의 시상하부와 뇌하수체, 그리고 갑상선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조절합니다.

대표적인 흐름을 단순하게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시상하부 → 뇌하수체 → 갑상선 → T4·T3

특히 검사 결과에서 자주 보는 TSH(갑상선자극호르몬)​는 뇌하수체에서 만들어져 갑상선에 호르몬 생산을 자극하는 신호를 보냅니다.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해지면 일반적으로 TSH가 올라가 갑상선을 더 자극하려 하고, 충분하거나 많아지면 TSH가 낮아지는 식의 피드백 조절이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갑상선 검사를 이해할 때는 TSH 하나만 숫자로 외우기보다 TSH와 Free T4 등이 어떤 관계를 보이는지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갑상선 기능저하증이 생기면 몸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갑상선 기능저하증

갑상선 호르몬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를 갑상선 기능저하증(Hypothyroidism)​이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가 하시모토 갑상선염과 같은 자가면역질환입니다. 그 밖에도 갑상선 수술이나 방사성요오드 치료, 특정 약물, 요오드 섭취와 관련된 문제 등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습니다.

기능저하 상태에서는 사람에 따라 다음과 같은 변화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 쉽게 피곤하고 무기력해짐
  • 추위를 예전보다 심하게 탐
  • 체중 증가
  • 피부가 건조해짐
  • 변비
  • 집중력 저하
  • 얼굴이나 몸이 붓는 느낌
  •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거나 빠짐
  • 생리 변화
  • 맥박이 느려지는 변화

하지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피곤하고 살이 쪘다고 해서 갑상선 기능저하증인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증상은 수면 부족, 빈혈, 스트레스, 영양 상태, 폐경 전후 변화 등 다양한 상황에서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증상만으로 진단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갑상선 기능항진증은?

갑상선 기능항진증 1

갑상선 호르몬이 필요 이상으로 많아지면 갑상선 기능항진증(Hyperthyroidism)​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가 자가면역질환인 그레이브스병(Graves’ disease)​입니다.

기능저하증이 몸의 여러 기능이 느려지는 방향이라면 기능항진증에서는 반대로 지나치게 활성화되는 방향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 심장이 빨리 뛰거나 두근거림
  • 더위를 잘 참지 못함
  • 땀이 많아짐
  • 손떨림
  • 불안감이나 초조함
  • 체중 감소
  • 배변 횟수 증가
  • 근력 저하
  • 불면
  • 생리 변화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나이가 많은 사람에서는 전형적인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도 있어 단순히 “살이 빠지고 심장이 두근거리면 항진증”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하시모토병과 그레이브스병은 무엇이 다를까?

둘 다 갑상선과 관련된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입니다.

자가면역질환은 면역체계가 자신의 조직을 비정상적으로 공격하거나 특정 수용체를 자극하는 등의 반응을 일으키는 질환입니다.

하시모토 갑상선염에서는 갑상선 조직에 대한 자가면역 반응이 지속되면서 시간이 지나 갑상선 기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반면 그레이브스병에서는 특정 자가항체가 TSH 수용체를 자극하여 갑상선이 과도하게 호르몬을 만들도록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자가면역성 갑상선질환’이라도 나타나는 결과가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갑상선 결절이 발견되면 암일까?

건강검진에서 갑상선 초음파를 받은 뒤

“갑상선에 결절이 있습니다.”

라는 말을 듣고 크게 걱정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갑상선 결절 = 갑상선암은 아닙니다.

갑상선 결절은 상당히 흔하며 대부분의 결절은 양성입니다.

중요한 것은 결절이 있다는 사실 하나가 아니라 초음파에서 어떤 특징을 보이는지, 크기는 어느 정도인지, 주변 림프절에 이상 소견은 없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입니다.

필요한 경우 의료진이 초음파 소견과 크기 등을 바탕으로 세침흡인검사(FNA) 여부를 결정합니다.

따라서 작은 결절이 발견됐다고 무조건 조직검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크기가 작다고 항상 무시하는 것도 아닙니다.

갑상선암은 어떤 암일까?

갑상선암도 한 종류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유두암, 여포암, 수질암, 역형성암

등으로 구분됩니다.

이 가운데 유두갑상선암이 가장 흔합니다.

갑상선암은 종류와 병기 등에 따라 경과가 크게 다르기 때문에 흔히 듣는 “갑상선암은 착한 암이다”​라는 표현은 조심해서 사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부 갑상선암은 예후가 매우 좋은 것이 사실이지만 모든 갑상선암이 동일한 특성과 경과를 보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확한 병리 유형과 병기, 환자의 연령 및 위험요인 등을 토대로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갑상선 검사를 받으면 무엇을 확인할까?

갑상선 기능을 확인할 때 흔히 시행되는 혈액검사에는 TSH와 Free T4 등이 있습니다.

필요한 상황에서는 T3나 갑상선 관련 자가항체 검사가 추가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알아둘 것이 있습니다.

혈액검사와 초음파 검사는 서로 확인하는 대상이 다릅니다.

혈액검사는 주로 갑상선이 호르몬을 제대로 만들어내고 있는지, 즉 기능(function)​을 평가합니다.

반면 초음파는 갑상선의 크기, 모양, 결절 같은 구조(structure)​를 관찰합니다.

따라서 혈액검사가 정상이어도 갑상선 결절이 있을 수 있고, 반대로 초음파에서 특별한 결절이 없어도 갑상선 기능에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차이를 알고 있으면 갑상선 검사를 훨씬 이해하기 쉽습니다.

갑상선과 머리카락도 관계가 있을까?

의외로 갑상선 문제를 발견하게 되는 계기 중 하나가 머리카락의 변화입니다.

갑상선 호르몬의 이상은 모발 성장 주기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기능저하증이나 기능항진증 모두에서 탈모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정 부위만 동그랗게 빠지는 형태보다는 머리 전체에서 모발이 가늘어지거나 빠지는 미만성 탈모 형태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탈모 역시 갑상선만의 특징적인 증상은 아닙니다.

철 결핍, 급격한 체중감량, 출산, 스트레스, 약물, 다른 질환 등 원인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탈모가 있다고 갑상선 문제라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여성에게는 생리 변화와 함께 나타날 수도 있다

갑상선 호르몬은 생식 기능과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갑상선 기능 이상이 있을 경우 생리 주기나 양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특히 중년 여성입니다.

40~50대에는 폐경 이행기와 갑상선 기능 이상에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 일부 겹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피로감, 생리 변화, 수면 문제, 기분 변화, 체중 변화, 머리카락 변화 등을 모두 “나이가 들어서 그렇다”고 넘기기도 쉽고, 반대로 모든 증상을 갑상선 탓으로 생각하기도 쉽습니다.

따라서 증상이 지속되거나 이전과 뚜렷하게 달라졌다면 원인을 추측하기보다 필요한 진료와 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갑상선 건강을 위해 요오드를 많이 먹으면 좋을까?

갑상선 호르몬을 만드는 데 요오드(iodine)​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요오드를 많이 섭취할수록 갑상선에 좋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갑상선은 요오드가 부족해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과도한 요오드 섭취 역시 일부 사람에게 갑상선 기능 이상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 식생활에서는 미역, 다시마, 김과 같은 해조류를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음식을 적절하게 먹는 것과 요오드가 고농도로 들어 있는 보충제나 해조류를 지나치게 섭취하는 것은 구분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갑상선 질환이 있는 사람이 ‘갑상선에 좋다’는 이유만으로 요오드 보충제를 임의로 복용하는 것은 피하고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갑상선을 이해하는 가장 쉬운 방법

갑상선을 자동차의 가속페달 하나로 단순하게 비유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시스템은 그보다 복잡합니다.

뇌하수체가 TSH라는 신호를 보내고, 갑상선이 T4와 T3를 공급하며, 여러 조직에서 호르몬의 전환과 작용이 이루어지고, 다시 그 결과가 뇌하수체와 시상하부의 조절에 영향을 줍니다.

즉 갑상선은 혼자 일하는 기관이 아니라 뇌와 갑상선, 혈액, 간과 신장, 여러 조직이 연결된 하나의 조절 네트워크 안에서 작동합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왜 갑상선 기능이 달라졌을 때 심장부터 장, 피부, 근육, 체온, 기분, 생리, 머리카락까지 서로 관계없어 보이는 곳에서 변화가 나타날 수 있는지 조금 더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이런 변화가 계속된다면 한 번쯤 확인해보세요

평소와 달리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피로가 지속되거나, 체중이 예상치 않게 변하고, 추위 또는 더위에 지나치게 민감해졌거나, 심한 두근거림·손떨림·배변 변화·탈모·생리 변화 등이 함께 나타난다면 갑상선 문제도 가능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증상만 가지고 자가진단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갑상선 질환은 오히려 증상과 혈액검사, 필요한 경우 초음파와 추가 검사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핵심​입니다.

갑상선은 작은 기관입니다.

하지만 갑상선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은 우리 몸 곳곳에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갑상선 건강에서 중요한 것은 특정 음식을 많이 먹거나 보충제를 찾는 것보다 평소와 다른 몸의 변화를 무심코 지나치지 않고, 필요한 경우 정확한 검사를 통해 원인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몸이 보내는 변화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갑상선은 그 이유를 찾을 때 한 번쯤 살펴볼 가치가 있는 작은 기관입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내용이며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있거나 검사 결과에 이상이 있다면 의료진의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LIttle La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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