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디온담 메디온담

여성 갱년기 증상, 그냥 ‘피곤해서’라고 넘기는 변화들

어느 날부터 몸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분명 어제와 똑같이 잤는데 아침부터 피곤하고, 예전에는 대수롭지 않았던 일에 괜히 예민해집니다.

사람 이름이 바로 떠오르지 않거나 냉장고 문을 열어놓고 “내가 뭘 꺼내려고 했지?” 하고 잠깐 멈춰 서기도 합니다.

밤에는 자다가 이유 없이 깨고,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합니다.

어깨나 손가락이 뻣뻣하고 여기저기 관절도 아픈데 특별히 무리한 기억은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여성들이 생각합니다.

“요즘 내가 너무 피곤해서 그런가?”

“살이 쪄서 그런가?”

“나이가 들어서 어쩔 수 없는 건가?”

그런데 40대 중후반부터 이런 변화가 여러 가지 동시에 나타나기 시작한다면 한 번쯤 갱년기 전환기, 즉 폐경이행기(perimenopause)​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폐경이행기란

갱년기는 단순히 생리가 끊어지고 얼굴이 뜨거워지는 시기가 아닙니다.

어쩌면 갱년기의 가장 큰 특징은 ‘몸의 여러 시스템이 예전과 조금 다르게 반응하기 시작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갱년기는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이 갱년기를 이렇게 생각합니다.

“생리가 멈추면 갱년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조금 다릅니다.

폐경은 일반적으로 12개월 동안 생리가 없었을 때 확인하지만, 그 이전부터 호르몬 변화가 나타나는 폐경이행기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이때 생리 주기가 짧아졌다 길어졌다 하거나, 양이 많아지거나 적어지는 변화가 먼저 나타나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 시기에 에스트로겐이 단순히 일정하게 감소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호르몬 변화와 함께 수면, 체온 조절, 기분, 집중력, 생식기와 요로 조직 등 여러 부분에서 변화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갱년기는 사람마다 증상의 조합이 상당히 다릅니다.

누군가는 얼굴이 화끈거리는 증상이 가장 힘들고, 누군가는 불면이 먼저 찾아옵니다.

또 어떤 여성은 생리는 아직 하는데 이유 없이 피곤하고 관절이 아프거나 심장이 두근거리는 증상 때문에 여러 진료과를 돌아다니다 나중에야 폐경이행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도 합니다.

갱년기를 알아차리기 어려운 이유

갱년기 증상을 알아차리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증상 하나만 놓고 보면 너무 평범하기 때문입니다.

잠을 못 자는 것은 스트레스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은 카페인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살이 찌는 것은 운동 부족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머리카락이 가늘어지는 것도 나이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증상 하나가 아니라 여러 변화가 비슷한 시기에 묶음처럼 나타나는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생리 주기 변화

  • 새벽에 자주 깸
  • 이유 없는 두근거림
  • 집중력 저하
  • 관절이 뻣뻣함

처럼 이전에 없던 변화들이 비슷한 시기에 나타난다면 단순히 각각의 증상을 따로 보는 것보다 전체적인 변화의 흐름을 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미국산부인과학회(ACOG) 역시 갱년기 증상을 평가할 때 생리 변화뿐 아니라 수면, 안면홍조, 비뇨기 변화, 성 건강 등 여러 영역을 함께 살펴보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잘 연결하지 못하는 갱년기 증상들

1. 이유 없이 심장이 ‘쿵’ 하고 뛰는 느낌

앉아 있는데 갑자기 심장이 빨리 뛰거나 한두 번 크게 뛰는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것을 불안장애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심장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두근거림, 즉 심계항진은 폐경이행기와 폐경에서 나타날 수 있는 증상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여기에는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두근거림을 모두 갱년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부정맥, 갑상선질환, 빈혈, 과도한 카페인 섭취 등 다른 원인으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가슴통증이나 호흡곤란, 실신 또는 심한 어지럼증이 동반된다면 갱년기로 단정하지 말고 진료가 필요합니다.

2. “기억력이 떨어진 게 아니라 단어가 안 떠올라요”

갱년기의 인지 변화는 흔히 ‘기억력 저하’라고 표현하지만 실제 경험은 조금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분명 알고 있는 사람인데 이름이 순간적으로 떠오르지 않습니다.

말을 하다가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그거 있잖아…”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됩니다.

메일을 쓰다가 다른 창을 열면 방금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잊기도 합니다.

이른바 브레인 포그(brain fog)​입니다.

The Menopause Society는 폐경 전환기의 중년 여성 가운데 상당수가 건망증, 집중력 저하, 단어·이름을 떠올리기 어려운 것과 같은 인지 증상을 경험한다고 설명합니다.

여기에 잠까지 제대로 자지 못하면 상황은 더 복잡해집니다.

밤에 여러 번 깨고 아침에 피곤한 상태가 반복되면 집중력과 기억력이 더 떨어졌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NHS도 폐경기 수면 문제가 피로와 함께 기억·집중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갱년기의 브레인 포그를 단순히 “머리가 나빠졌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호르몬 변화와 수면 부족, 스트레스가 서로 겹치는 시기​라고 보는 것이 이해하기 쉽습니다.

3. 아침에 일어났는데 손가락과 어깨가 뻣뻣하다

갱년기 하면 관절통을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폐경이행기와 폐경에서 근육통과 관절통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런 표현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몸에 기름칠이 안 된 것 같아요.”

“한참 움직여야 몸이 풀리는 느낌이에요.”

“특별히 운동하지 않았는데 어깨가 계속 뻐근해요.”

하지만 관절통 역시 갱년기에만 나타나는 증상은 아닙니다.

류머티즘질환이나 관절염, 갑상선질환 등 다른 원인도 있기 때문에 통증이 심하거나 관절이 붓고 붉어지거나 오래 지속된다면 별도의 평가가 필요합니다.

4. 화끈거림이 아니라 갑자기 ‘춥다’

갱년기의 대표적인 증상은 안면홍조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얼굴이 뜨겁지 않으면 자신은 갱년기 증상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체온 변화가 반드시 ‘더움’으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갑자기 열이 올랐다가 식으면서 한기를 느끼거나, 순간적으로 춥다고 느끼는 경험을 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단순히 체온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체온을 조절하는 느낌 자체가 예전과 달라지는 것입니다.

5. 머리카락뿐 아니라 피부의 느낌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느 순간 피부가 예전보다 건조해졌다고 느끼는 여성도 있습니다.

두피가 민감해지거나 머리카락이 가늘어지는 변화도 느낄 수 있습니다.

NHS가 안내하는 폐경 및 폐경이행기 증상에도 피부 건조·가려움과 모발이 가늘어지거나 빠지는 변화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기에서 주의할 점은 탈모입니다.

40~50대 여성에게 탈모가 생겼다고 해서 무조건 갱년기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철분 부족, 갑상선 이상, 급격한 체중감량, 스트레스, 여성형 탈모 등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머리카락이 갑자기 많이 빠지거나 오랫동안 지속된다면 다른 원인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6. 자꾸 소변이 마려운데 방광 문제라고만 생각했다면

갱년기에서 상당히 놓치기 쉬운 변화가 바로 방광과 요로 증상입니다.

소변을 자주 보고 싶거나 갑자기 참기 어려워질 수 있고, 반복적으로 방광염과 비슷한 불편감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폐경 전후 에스트로겐 감소는 질뿐 아니라 요도와 방광 주변 조직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질 건조, 화끈거림, 성교통, 빈뇨, 반복되는 요로감염 등의 증상을 묶어 폐경비뇨생식증후군(GSM, Genitourinary Syndrome of Menopause)​이라고 부릅니다.

이 증상은 사람들이 말하기를 꺼려서 놓치기 쉬운 갱년기 변화 중 하나입니다.

특히 “나이가 들어서 방광이 약해졌나 보다”라고 참고 지내는 경우도 있지만 치료와 관리 방법이 있기 때문에 불편하다면 산부인과 진료에서 이야기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7. 잇몸과 입안도 달라졌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의외로 알려지지 않은 갱년기 증상 중 하나가 구강 변화입니다.

NHS는 폐경과 폐경이행기에 민감한 치아, 잇몸 통증 등 입안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평소와 다르게 입안이 불편하거나 잇몸이 민감해지는 변화가 있다면 단순히 치아 문제만 생각하기보다 전반적인 건강 상태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치주질환이나 치아질환이 원인일 수도 있기 때문에 실제 증상이 있다면 치과 검진도 중요합니다.

여성 갱년기의 진짜 특징은 ‘증상의 도미노’일 수 있습니다

갱년기를 이해할 때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각각의 증상이 독립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밤에 열감이 나타납니다.

잠에서 깹니다. 다시 잠들기 어렵습니다. 다음 날 피곤합니다.

집중력이 떨어집니다. 사소한 일에도 예민해집니다.

운동하기가 귀찮아집니다. 몸이 무겁게 느껴집니다.

체중과 체형 변화까지 신경 쓰이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을 보면 처음 시작은 하나였는데 결과적으로 여러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갱년기 관리에서는 ‘증상 개수’보다 ‘어떤 증상이 다른 증상을 끌고 오는지’를 찾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밤에 잠을 못 자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지,

관절통 때문에 활동량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인지,

안면홍조 때문에 잠에서 깨는 것이 문제인지,

불안과 두근거림이 일상생활을 방해하는지가 사람마다 다릅니다.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첫 번째 증상을 찾으면 관리 방향도 조금 더 명확해질 수 있습니다.

갱년기인지 확인하려고 매번 호르몬 검사를 해야 할까?

갱년기를 의심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호르몬 검사입니다.

하지만 갱년기는 단순히 혈액검사 숫자 하나만으로 판단하는 시기는 아닙니다.

폐경이행기에는 호르몬 수치가 변동할 수 있기 때문에 나이, 생리 변화, 현재 나타나는 증상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검사 결과가 정상이라니까 갱년기가 아닌가 보다”라고 생각하면서 몸의 변화를 무시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반대로 모든 증상을 갱년기로 생각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이런 증상까지 모두 갱년기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40~50대에 다양한 증상이 시작되면 모든 것을 갱년기라고 설명하고 싶은 유혹이 생깁니다.

하지만 갱년기와 비슷한 증상을 만드는 질환도 있습니다.

갑상선질환, 빈혈, 부정맥, 수면장애, 우울·불안장애 등은 피로, 두근거림, 수면장애, 기분 변화 같은 증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갱년기겠지”라고 넘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생리양이 갑자기 매우 많아졌거나 출혈이 오래 지속되는 경우, 폐경 후 다시 출혈이 발생한 경우, 설명하기 어려운 심한 가슴통증이나 호흡곤란이 나타나는 경우, 갑작스러운 심한 두근거림이나 실신이 있는 경우 등은 의료진의 평가가 필요합니다.

ACOG 역시 폐경이행기에 출혈 패턴 변화가 흔할 수 있지만 비정상적인 출혈은 의료진과 상담할 것을 권고합니다.

‘생리가 있느냐 없느냐’보다 몸의 변화를 기록해보세요

갱년기를 이해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 중 하나는 자신의 몸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생리 날짜만 적는 것보다 조금 더 넓게 기록해보세요.

생리 주기와 양은 어떻게 변했는지, 밤에 몇 번 깨는지, 안면홍조나 식은땀이 언제 나타나는지,심장이 두근거리는 날은 언제인지, 두통이나 관절통은 어떤 날 심한지, 기분과 집중력은 어떻게 변하는지 등을 간단하게 기록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1~2개월 정도 기록하면 의외로 패턴이 보일 수 있습니다.

ACOG 역시 폐경 증상을 기록하면 의료진과 증상을 논의하고 관리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갱년기는 ‘여성호르몬이 부족해지는 병’이라고만 보면 놓치는 것이 많습니다

갱년기는 질병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불편을 참고 지나가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누군가에게는 얼굴이 몇 번 뜨거워지는 정도로 지나가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잠을 무너뜨리고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관절을 아프게 하면서 일상생활 전체를 흔드는 시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당황스러운 부분은 이런 변화들이 동시에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왜 갑자기 몸이 이렇게 변했지?”

그 질문에서 갱년기를 이해하는 것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갱년기를 단순히 ‘생리가 끝나는 시기’​라고 생각하지 말고,

‘몸이 새로운 호르몬 환경에 적응하면서 여러 조절 시스템의 균형이 달라지는 시기’​라고 바라보면 이전에는 서로 관계없어 보였던 증상들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얼굴의 열감뿐 아니라 잠, 기억력, 심장 두근거림, 관절, 피부, 머리카락, 방광과 입안의 변화까지.

어쩌면 갱년기의 첫 신호는 우리가 알고 있던 전형적인 안면홍조가 아니라 “요즘 내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아주 작은 느낌​에서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 이 글은 건강정보 제공을 위한 일반적인 내용이며 개인의 증상에 대한 진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증상이 심하거나 지속되는 경우에는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LIttle Lamb
함께 보면 좋은 글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광고 차단 알림

광고 클릭 제한을 초과하여 광고가 차단되었습니다.

단시간에 반복적인 광고 클릭은 시스템에 의해 감지되며, IP가 수집되어 사이트 관리자가 확인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