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KT세포는 다발골수종을 어떻게 찾아내고 공격할까?
다발골수종 치료 이야기를 하다 보면 T세포, NK세포, CAR-T 같은 단어는 비교적 자주 등장합니다.
그런데 해외의 다발골수종 면역 연구를 살펴보면 또 하나 흥미로운 면역세포가 등장합니다.
바로 NKT세포(Natural Killer T cell)입니다.
이름 때문에 NK세포의 한 종류라고 생각헸지만 정확히는 다릅니다. NKT세포는 T세포의 특징을 가지면서 선천면역과 적응면역을 연결하는 독특한 면역세포입니다.

그중 다발골수종 연구에서 특히 많이 등장하는 것이 iNKT세포(invariant Natural Killer T cell)입니다.
NKT세포는 암세포의 무엇을 보고 알아챌까?
일반적인 T세포는 주로 단백질에서 유래한 항원을 인식합니다.
그런데 iNKT세포는 조금 다릅니다.
iNKT세포가 주로 인식하는 것은 지질 또는 당지질 항원입니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CD1d라는 분자입니다.
쉽게 비유하면 골수종 세포 표면에 CD1d라는 작은 ‘진열대’가 있고, 여기에 특정 지질 항원이 올라와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골수종 세포 → CD1d에 지질 항원 제시 → iNKT세포가 인식 → 면역반응 시작
실제로 연구에서는 많은 환자의 일차 골수종 세포에서 CD1d가 발현되는 것이 관찰됐으며, CD1d 양성 골수종 세포가 iNKT세포에 항원을 제시해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결과도 보고됐습니다.
그런데 다발골수종이 진행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여기부터가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암세포 입장에서 면역세포에게 계속 자신의 존재가 발각되는 것은 생존에 불리합니다.
그래서 다발골수종이 진행하면서 CD1d-iNKT 면역 감시 체계가 약해지는 현상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진행된 다발골수종에서는 골수종 세포의 CD1d 발현이 감소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동시에 iNKT세포 자체에서도 중요한 항암성 사이토카인인 IFN-γ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떨어지는 기능적 이상이 관찰됐습니다.
쉽게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초기에는 골수종 세포 → CD1d로 신호 표시 → iNKT세포 발견 → 면역 공격 이라는 과정이 비교적 잘 작동할 수 있지만, 질병이 진행하면서 CD1d 감소 + iNKT 기능 저하 → 면역 감시 약화 → 골수종 세포가 살아남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NKT세포가 부족해서 암이 생긴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골수종 세포와 골수 미세환경, 여러 면역세포가 서로 영향을 주면서 만들어지는 훨씬 복잡한 과정입니다.
재발성 다발골수종에서 특히 흥미로운 현상
재발 또는 진행성 다발골수종 환자를 조사한 연구에서는 건강한 사람과 비교해 NKT세포 수가 현저하게 감소한 현상이 관찰됐습니다.
반대로 새로 진단된 환자에서는 치료 전 NKT세포의 빈도와 기능이 비교적 정상적으로 유지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 차이는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즉 다발골수종에서는 단순히 암세포의 양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의 진행과 치료 과정에서 환자의 면역 환경 자체도 함께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고용량 멜팔란과 자가조혈모세포이식(ASCT)을 받은 뒤에는 NKT세포 감소가 나타났으며, 연구에서는 다른 일부 면역세포와 비교해 NKT세포의 회복이 상당히 지연되는 현상도 관찰됐습니다.
NKT세포 하나만 움직이는 것이 아닙니다
NKT세포가 흥미로운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NKT세포가 활성화되면 혼자 골수종 세포와 싸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주변 면역세포까지 움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NK세포와의 관계가 중요합니다.
다발골수종 환자의 NKT세포를 활성화한 실험에서는 NK세포의 NKG2D와 DNAM-1 같은 항암 반응과 관련된 분자들의 발현이 증가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변화가 NK세포의 골수종 세포에 대한 항종양 작용과 연결될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따라서 NKT세포를 단순한 ‘암세포 공격병’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NKT세포 활성화
→ IFN-γ 등 면역 신호 증가
→ NK세포 등 주변 면역세포 활성화
→ 골수종에 대한 면역반응 확대
라는 면역 지휘자에 가까운 역할로 이해하면 훨씬 쉽습니다.
그래서 해외에서는 NKT세포를 치료에 이용하려는 연구도 있었습니다
연구자들이 생각한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다발골수종에서 NKT세포의 기능이 떨어진다면 다시 깨워보면 어떨까?”
여기서 등장한 물질 가운데 하나가 α-GalCer(알파-갈락토실세라마이드)입니다.
α-GalCer는 CD1d를 통해 iNKT세포를 강하게 활성화할 수 있는 대표적인 당지질입니다.
실제로 골수종 환자의 iNKT세포를 α-GalCer를 탑재한 수지상세포로 자극해 증식시키는 연구가 진행됐습니다. 이렇게 활성화된 iNKT세포는 IFN-γ와 같은 Th1 계열 사이토카인을 생성하고 골수종 세포에 대한 세포독성도 나타냈습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있었습니다.
무증상 골수종 환자 6명에게 α-GalCer를 탑재한 수지상세포와 저용량 레날리도마이드를 함께 사용했는데, 측정 가능한 질환이 있었던 4명 가운데 3명에서 종양 관련 단클론 면역글로불린 감소가 관찰됐습니다. 동시에 NK세포와 단핵구 등 여러 면역세포의 활성화도 확인됐습니다.
다만 환자 수가 매우 적었던 초기 연구이므로 이것을 현재의 표준 다발골수종 치료 효과와 같은 수준으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레날리도마이드와 NKT세포의 관계도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다발골수종 치료에 사용되는 레날리도마이드(lenalidomide) 역시 NKT 연구에서 흥미로운 약입니다.
실험실 연구에서는 레날리도마이드가 α-GalCer에 반응하는 NKT세포의 증식을 증가시키고 IFN-γ 분비를 강화하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환자에서도 레날리도마이드를 투여하면 NKT세포가 증가할까요?
꼭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다른 임상 연구에서는 레날리도마이드 치료가 실제 환자의 NKT세포 숫자나 사이토카인 생성에 뚜렷한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연구자들은 따라서 레날리도마이드의 임상적 효과를 단순히 “NKT세포를 증가시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것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시험관에서 면역세포가 활성화됐다는 결과와 실제 환자 몸속에서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더 새로운 접근법은 ‘CD1d를 표적으로 NKT세포를 끌어들이는 것’
여기서 연구가 한 단계 더 발전했습니다.
NKT세포를 단순히 많이 증식시키는 것이 아니라 **골수종 세포와 NKT세포를 직접 연결하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입니다.
Nature Cancer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CD1d와 NKT세포의 T세포수용체 사이의 상호작용을 강화하는 단일도메인 항체를 이용했습니다.
그 결과 실험실 환경뿐 아니라 다발골수종 환자에서 얻은 골수 샘플에서도 강력한 type I NKT세포 항종양 반응이 관찰됐습니다.
이 접근법이 흥미로운 이유는 현재의 CAR-T나 이중특이항체가 주로 특정 골수종 표면 항원을 찾아가는 것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CD1d-NKT 축 자체를 암 치료에 이용하려는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러한 결과 역시 아직 연구 단계의 결과이며 현재 다발골수종의 표준 NKT 치료가 확립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암세포만 보는 치료’에서 ‘골수 면역환경까지 보는 치료’로의 변화입니다
다발골수종은 단순히 골수종 세포가 많아지는 질환으로만 바라보기 어렵습니다.
골수 안에는 골수종 세포뿐 아니라 NK세포, T세포, NKT세포, 수지상세포, 대식세포를 비롯한 수많은 면역세포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골수종이 진행하면서 암세포는 이 환경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꾸고 면역 감시를 피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습니다.
NKT세포 연구가 흥미로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골수종 세포를 직접 죽이는 것뿐 아니라, 암 때문에 무너진 면역 네트워크를 다시 작동시키는 것.
이것이 NKT세포를 이용한 다발골수종 면역치료 연구가 던지고 있는 중요한 질문입니다.
아직 NKT세포 기반 치료는 CAR-T나 현재 사용되는 이중특이항체처럼 다발골수종의 확립된 표준치료라고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CD1d라는 표적과 iNKT세포의 강력한 면역 조절 능력을 이용하려는 연구는 다발골수종 면역치료의 또 다른 방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건강·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 검사 결과, 약물 복용 및 치료에 관한 결정은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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